두드림 시즌2  2023년  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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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청년·인권

모두의 목소리로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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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당신의 운동과 내 운동이 만날 때: 누구나워크숍2023 후기

정원 (누구나워크숍2023 기획팀)

 

*편집자 주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청년단체들이 사회운동을 꿈꾸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누구나워크숍2023을 진행했다는 소식을 듣고, 민주노총 내 다양한 청년사업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후기글을 부탁드렸습니다.


지난 3월 15일부터 29일까지, 총 3주에 걸쳐 3회의 <누구나 워크숍 2023: 사회운동, 교차하는 밤>이 진행되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청년 사업 중 하나로 기획된 이 워크숍은 사회운동 (예비)활동가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공유할 자리가 필요하다는 일종의 갈증에서부터 출발하였다. 이에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청년녹색당, 청년정의당, 플랫폼C, 전환이 모여 1)다양한 분야의 활동가들이 만나 분야의 경계를 부수고 교차하는 담론이 생산될 수 있는 토대  2)직업으로서의 사회 운동─즉, 사회운동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과 경험,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워크숍을 기획했다. 이 모든 담론들은 활동 여부 혹은 소속 여부에 따라 제한되지 않아야 하므로, 사회 운동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도록 ‘누구나 워크숍’ 이라고 이름 붙였다.

▲누구나워크숍2023 프로그램 <사회운동, 교차하는 밤>의 포스터


기획팀의 워크숍 목표 중 하나인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자리’가 이루어지려면 실제로 어느 한 분야에 국한하지 않은 다양한 활동가들의 참여가 필요했다. 다행히도 노동, 정당, 동물권, 기후정의, 퀴어, 페미니즘, 도시권 등 다양한 의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활동 중인 참여자들이 모였다. 첫 번째 시간에는 ‘너는 어떤 운동입니까’라는 대주제 아래에서 운동에 있어서의 각자의 화두와 고민거리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는데, ‘어떻게 다수를 만들 것인가/접근성을 강화할 것인가’처럼 대부분의 운동들이 가지고 있을 법한 조직화 고민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세대 진보 운동 집단을 만들고 서로의 의제들을 연결하고 싶다’ 와 같이 각자의 운동 너머를 상상하고자 하는 고민 또한 있었다. 반면, 이처럼 운동의 질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고민과는 별개로 활동가로서의 정체성과 현실 삶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았다. 술 먹고 데모나 하다 보니 먹고 살 길 없더라는 자조 섞인 농담에서부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나와 동료들을 지킬 수 있을까’처럼 두려움에서 쓰인 문장들이 쏟아졌다. 외부-생계에 대한 걱정과 내부-돌봄·건강에 관한 우리들의 공통된 조급함은 우리가 ‘활동가로서의 미래’를 상상하기 어렵거나, 혹은 상상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지도모른다. 그렇기에 두 번째 만남은, ‘사회운동은 직업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되었다.


두 번째 회차의 타이틀을 ‘사회운동은 임금노동이 될 수 있을까’가 아닌 ‘직업이 될 수 있을까’로 정한 까닭은 상술한 것처럼 ‘활동가로서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함께 상상해 보기 위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고민을 공유하는 것과 더불어 먼저 출발한 동료 활동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 또한 중요했다. 퀴어운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정당운동(녹색당), 노동운동(민주노총) 세 분야의 현직 활동가를 초대했고, 취업 경로와 노동 조건 등과 같은 현실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조직 문화, 주요 갈등 등에 대해 구체적 사례를 들을 수 있었다. 이후 질의응답을 통해 궁금증과 고민을 서로 보충해 나갔는데, 특히 활동가 정체성과 노동자 정체성의 충돌에 관한 경험들이 발제자와 참여자 사이에서 다양하게 오갔다. 작은 조직에서 활동가이자 노동자이자 관리자가 될 수밖에 없는 곤란함, 조직의 현실적인 한계로 노동 강도가 높을 수밖에없을 때 당사자가 가져야 할 태도, 임금 노동이 아닌 일반 활동을 어떻게 ‘노동’으로 가시화할 수 있을지 등 각자의 사례를 나누고 대안을 찾아보았다. 더불어 지속 가능한 활동─경제적, 정서적 부분을 모두 포함한─을 위해서는 활동가 개인의 헌신에 기대지 않는, 운동 차원의 공동 책임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이를 제도화해 시스템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물론, 이와 동시에 돌봄에 대한 국가의 책임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 또한 덧붙여졌다. 활동가들을 위한 협동조합이나 소액 대출 제도, 의료비 지원 제도 등의 정보를 공유하며 두 번째 만남을 마무리했다.


▲누구나워크숍2023 (기획팀 정원 활동가 제공)


마지막 모임이 다가왔고, 그간의 내용들을 바탕으로 함께 해볼 만한 기획을 각자 제안해 보기로 했다. 워크숍 기획팀은 우리의 활동을 기록·외화 할 수 있는 ‘해적 언론’을 구상했는데, 우리 스스로가 기자이자 언론사 주가 되어 직접 취재하고 보도해 웹자보 형태의 특별 소식지로 발행하는 것이다. 4월 중순에 있을 ‘차별없는 서울대행진’에서 우리 만의 사전 행사인 오픈 마이크를 진행하고, 이 행사를 시작으로 해적 언론의 창립을 알리려는 기획이었다. 하지만 이 기획을 다 같이 공유하는 과정에서 기획팀과 참여자 간의 인식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기획팀은 워크숍의 마무리와 함께 무언가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기획을 시작하기에 앞서 서로의 운동에 대해 탐색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짧았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더 많은 시간들이 필요했고, 그렇기에 ‘기존 워크숍 일정이 마무리된 이후에 이 모임을 지속할 것인가’에 대해 새롭게 확인하는 과정들이 있었다. 여러 논점들을 경유했지만 서로의 운동 경험과 연대 경험에 대해 나누고 교류를 이어가면서 고민을 숙성시킬 필요가 있다는 명제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우리는 연대체로서의 네트워크 혹은 활동가 콜렉티브혹은 그 사이의 어딘가 에서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이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신경 쓴 것 중 하나는 평등한 문화,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행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매 회차의 시작마다 민주노총 평등 수칙을 참여자들과 함께 나누어 읽었다. 워크숍을 진행한 공간엔 모두의 화장실(성중립 화장실)이 있었고 건물은 휠체어 접근이 가능했다. 다과는 비건으로 준비했으며, 술자리 또한 가능한 비건이 배제되지 않는 환경에서 진행하려고 노력했다(민주노총 서울본부의 지리적 위치는 비건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안겨준다. 늦은 밤 많은 인원이 들어갈 수 있는 술자리는 호프집뿐이며 안주는 감자튀김만 가능하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다 함께 감자튀김만을 시켜 먹었다). 다만 접근성 관련 안내를 사전에 철저히 하지 않은 것, 문자통역과 수어 통역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예산과 시간 등의 현실적 제약이 있더라도 논의가 되었어야 한다. 물론 사전 예산 수립 과정에서 고려되는 게 먼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 워크숍이 올해에서 끝나지 않고  매년 이어져 더욱 탄탄한 예산과 기획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기에 단서처럼 남겨둔다.


▲누구나워크숍2023 (기획팀 정원 활동가 제공)


‘운동을 왜 시작하게 되었나’는 물음에 ‘삶과 세상을 바꾸고 싶다’와 같이 많은 활동가들이 공감할 법한 답변도 있었지만, ‘정체성에 가해지는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또는 ‘남성 지배적 공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등 안전한 공간을 찾고자/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으로써 운동을 선택했다는 답변 또한 있었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적개심에서부터 출발했다거나 시민과 노동자의 손으로 직접 사회를 바꾸며 얻는 효능감이 큰 영역을 차지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종한 답변들이었지만, 결국 경로는 달라도 운동은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하나의 관념이 이를 관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회를 바꾸는 일은 나 자신과 내가 속한 세계를 구원하는 일이고 우리는 어쩌면 자기 구원의 방법론 중 하나로 각자의 운동에 연루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동료를 찾고 이야기하고 함께 뭔갈 하는 것 아닐까, 서로를 구하기 위해서.


▲누구나워크숍2023 (기획팀 정원 활동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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