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림 시즌2  2023년  29호

특집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이다.

글 :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정책실장

1. 130년 동안 변하지 않았던 노동시간


“새벽 5시에 공장에 나가 밤 9시까지 일을 해요. 하루에 밥 먹을 시간 20분만 쉴 수 있습니다. 일을 하다가 졸면 관리자들이 가죽 채찍으로 등을 때려요. 힘들지만 돈을 벌어야 하니 할 수 없어요. 일이 너무 힘들어서 동생이 저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생은 사장님이 고용한 것이 아니니 돈을 받지 못해요. 동생은 이제 겨우 일곱 살이랍니다.”

 

1845년, 당시 25세였던 엥겔스가 『영국 노동계급의 상태』를 출간했다. 영국 전역을 다니며 노동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노동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책이다. 당시 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4~16시간, 주 6일간 80시간 이상 노동을 하였다.

 

그로부터 130년이 지난 1970년대 서울의 청계천 평화시장의 노동시간은 어떨까? 당시의 노동시간은 『전태일 평전』에 나온다. 전태일 열사는 1일 15시간의 노동시간을 10~12시간으로 단축하고, 1개월에 이틀만 쉬는 것이 아니라 매주 일요일에 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염원했다.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가 태동할 때부터 1970년대 서울의 평화시장에 이르기까지 노동시간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전태일 다리에 설치된 전태일 열사 흉상 (출처: flickr @yuseokoh)

▲전태일 다리에 설치된 전태일 열사 흉상 (출처: flickr @yuseokoh)

2. 변화가 시작되다. 법정 근로시간의 변화 (근로기준법 제․개정을 중심으로)


법정 근로시간의 변화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것이 1953년 5월 10일이었다. 당시 법정 근로시간은 1주당 48시간, 최대근로시간은 1주당 60시간이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주당 69시간을 발표했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윤석열 대통령이 보완지시를 내린 것이 최대 60시간이었다. 즉, 윤석열대통령이 제시한 최대 60시간은 70년 전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당시의 최대 근로시간과 같은 것이다.

 

19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대투쟁 이후 1989년 3월 29일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는데 이 때는 법정근로시간이 기존보다 4시간 단축되어 44시간이었고, 최대근로시간은 64시간으로 오히려 4시간 더 연장되었다. 그리고 주 5일제를 도입하게 된 근로기준법이 2003년 9월 15일 개정되는데, 이로써 지금의 법정근로시간의 기준이 되는 주당 40시간 시대가 열렸다. 그런데, 최대근로시간만큼은 예외였다. 또 다시 4시간 더 연장되어 무려 68시간에 이르게 되었다. 즉, 고용노동부가 최근에 밝혔던 주당 69시간은 이 당시의 최대근로시간보다 1시간 더 긴 것이다.

 

2018년 3월 20일 근로기준법이 15년만에 개정되는데 법정근로시간은 기존대로 주당 40시간을 유지하고, 문제가 되었던 최대근로시간을 기존 주당 68시간에서 16시간을 줄인 주당 52시간으로 단축하되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게 하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은 2021년 기준 191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16시간보다 199시간이나 길다. 우리나라보다 연 노동시간이 긴 나라는 멕시코·코스타리카·콜롬비아·칠레뿐이다. OECD 회원국 중 연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의 1349시간과 비교하면 한국인은 연간 566시간이나 더 일하고 있고, 일본의 1607시간에 비해서도 308시간이나 더 일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2020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 수준인 41.8달러로 아일랜드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 노동사회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발표에 따르면, 대체로 노동시간이 짧은 국가일수록 노동생산성이 높은 경향이 있고, 전 세계적으로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생산성 향상은 동시에 진행된다고 밝히고 있다.

▲2023년 3월 25일 열린 민주노총 투쟁선포대회(출처 : 민주노총)

▲2023년 3월 25일 열린 민주노총 투쟁선포대회(출처 : 민주노총)

3.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Collar Exemption), 사무금융노동자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제도


미국에는 우리의 근로기준법에 해당하는 공정근로기준법(FLSA)이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초과근무에 대해서는 통상 1.5배의 임금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우리의 연장근로수당과 같은 제도다. 그러나 규칙적인 ‘임금’으로 주당 684달러(약 90만원) 이상을 받는 관리직과 전문직 근로자 혹은 연간소득 10만7432달러(약 1억4000만원) 이상의 고소득 근로자에게는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이것이 바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사무직 초과근무수당 지급 제외’ 제도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사무금융노동자 중 소득이 일정 부분 이상인 노동자들에게는 근로시간에 제한도 두지 않고, 초과노동수당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경련에서도 지속적으로 정부에 건의하는 제도가 바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다.

▲양대노총 금융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

▲양대노총 금융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

그렇다면, 윤석열 정권은 왜 이 제도를 고소득 화이트칼라에게 적용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을까? 1966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소속 두 심리학자 조너선 프리드먼과 스콧 프레이저가 『압박 없이 복종시키기 : 문전걸치기 기술』이라는 유명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후 이 이론은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그리고 마케팅 이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중요한 것을 얻어내기 위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활용해 사무금융노동자들을 무너뜨리면 다음 단계의 소득을 얻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기준이 낮추어지게 되어 있다.


국민들에게 윤석열정권은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이다. 노동시장 내에서 고소득인 사무금융노동자들에게는 근로시간 적용도 제외하고, 초과노동수당은 안줘도 ‘이 정도는 괜찮겠지’ 혹은 ‘이 정도는 들어줘도 되겠지’라며 여론전을 펼 것이다. 그러나 유념해야 할 것은 윤석열 정권이 국민들에게 사무금융노동자에게 한 발을 들여놓는 것을 허락하는 순간, 그 뒤를 감당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이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문전걸치기 기술’이다. 윤석열 정권의 잔꾀에 절대로 넘어가지 않아야 한다. 주당 최대근로시간이 확대되는 것보다 사무금융노동자에게 위험한 제도가 바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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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 이재진 ㅣ 디자인 :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선전홍보국

제작 : 사무금융노조 미디어위원회 (미디어위원: 김기원 미디어위원회 위원장, 최정환 교육선전실장, 장영미 선전홍보국장, 박지호 선전홍보부국장, 유병욱 비씨카드지부 부지부장, 안성준 KB신용정보지부 사무국장, 

정장호 신용회복위원회지부 지부장, 두시웅 서민금융진흥원지부 부지부장, 나재호 KDB생명보험지부 지부장, 정지연 AIA생명보험지부 사무국장, 김정관 KB손해보험지부 사무국장, 윤세미 NH투자증권지부 사무국장, 

황두현 신한투자증권지부 정책국장, 곽창용 한국마이크로소프트노조 사무국장, 권혁훈 KG모빌리언스지부 지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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