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민주노총 여성활동가대회를 다녀와서...
글 : 박은영 에이스손해보험콜센터지부 지부장
- 마음에 반창고를 붙인 듯 위로를 받은 -
민주노총 여성활동가대회에 이번에 처음으로 참석하다보니, 어떤 것을 하는지 잘 몰라서 가기 전에 검색을 해봤습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수련회로 진행됐고, 2019년에는 활동가대회로 격상되면서 매년 여성활동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여성 노동운동의 전망과 과제를 토론해 왔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펜데믹으로 2년 연속 대회를 개최하지 못하다가 2022년에 “포기할 수 없는 미래, 다시 만난 여성 활동가'란 이름으로 대회가 다시 개최됐고, ‘2023년 준비는 끝났다! 이제 우리가 나선다! ’란 주제로 개최되어, 저는 처음으로 참여를 하게 됐습니다.
민주노총 여성활동가대회라는 제목처럼 말 그대로 활동을 하는 분들이라 카리스마를 가진 ‘거친 분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같은팀으로 배정되어 제 옆자리의 분은 건설노조 소속으로 토목 쪽에 있고, 목수로 현장에서 직접 작업을 한다고 하셨는데 너무 멋있어 보였습니다.
공공기관, 자동차 및 식품생산직, 건설, 콜센터, 학습지, 등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시는 180여명을 넘는 여성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함께 모여 있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서 저에게 또 다른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첫날 모인 타 산별노조의 여성 간부들을 통해 노동조합을 설립한 동기, 단체교섭을 하면서 겪었던 일, 노조 가입 전과 가입 이후에 변화된 것들이 기나긴 시간 동안 지속하며 이뤄 낸 희로애락을 듣고 있자니, 저 또한 같은 경험을 했던 상황들이 떠올라 듣는 내내 눈시울이 뜨거웠습니다.
7분 스피치를 준비한 간부의 이야기 중 도로공사 톨게이트지부에서는 “교섭위원은 절박한 사람이 들어가야만 진심이 느껴진다.”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고, 현대자동차 조립팀 지부는 남자 95%, 여자 5%에 불과했지만, 임단협 체결 시 최초로 여성 교섭위원이 생겨서 직접 참여했다고 합니다. “힘들고 지쳐도 포기하지 말라. 끈질긴 놈이 이긴다.”는 조언도 해주었습니다. 화섬식품노조 신미씨앤에프지회 지회장은 “혼자서 유튜브를 보면서 교섭공부를 했고, 사측 대표와 교섭했을 때 가장 뿌듯했다”며 조합에서 원하는 74가지 조건이 모두 받아들여져 “노조는 용기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라는 짧고 굵은 소감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같은 목적을 가지고 하나가 되어 모인 자리라서 그런지 듣고 있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여성노동운동가 김진숙 지도위원님의 노동운동과 투쟁 경험담을 듣는 시간에는 모두 숨이 멈춘 듯 숙연한 분위기였고, 이야기가 끝났을 때는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으로 존경심을 드러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현장에서 여성 활동가로 겪은 일 들이 지금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보이지만 말입니다.
둘째 날은 모의 교섭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노동조합 측 대표로 지부장 역할을 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교섭 준비를 한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결국 교섭하는 과정에서 사측의 쌓였던 분노를 풀어내는 대화법에 밀려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모의교섭을 마쳤습니다. 진짜 현장에서 이런 식이라면 ‘확실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교섭에서 밀리겠다.’는 생각이 한동안 머리를 띵하게 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2024년 임금협상을 위해서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실패 없는 임·단협 교섭을 만들어 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이틀 동안, 각 노동조합의 활동가 분들과 소통하면서 과거, 현재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본 것 같았습니다. 또한, 나 혼자만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 같고 나 혼자만 힘들고 나 혼자만 괴로운 줄 알았는데 모두가 다 같이 겪고 있는 일들이라는 걸 알고 나니 조금은 위로를 받은 것 같기도 하고,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힘이 났습니다. 마음에 반창고를 붙인 듯 위로를 받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1박 2일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2024년을 기약하면서 다시 만날 수 있는 날들을 기다리겠습니다. 좋은 자리 만들어 주신 민주노총과 사무금융노조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사무금융노조 여성활동가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투쟁!
여성 민주노총 여성활동가대회를 다녀와서...
글 : 박은영 에이스손해보험콜센터지부 지부장
- 마음에 반창고를 붙인 듯 위로를 받은 -
민주노총 여성활동가대회에 이번에 처음으로 참석하다보니, 어떤 것을 하는지 잘 몰라서 가기 전에 검색을 해봤습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수련회로 진행됐고, 2019년에는 활동가대회로 격상되면서 매년 여성활동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여성 노동운동의 전망과 과제를 토론해 왔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펜데믹으로 2년 연속 대회를 개최하지 못하다가 2022년에 “포기할 수 없는 미래, 다시 만난 여성 활동가'란 이름으로 대회가 다시 개최됐고, ‘2023년 준비는 끝났다! 이제 우리가 나선다! ’란 주제로 개최되어, 저는 처음으로 참여를 하게 됐습니다.
민주노총 여성활동가대회라는 제목처럼 말 그대로 활동을 하는 분들이라 카리스마를 가진 ‘거친 분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같은팀으로 배정되어 제 옆자리의 분은 건설노조 소속으로 토목 쪽에 있고, 목수로 현장에서 직접 작업을 한다고 하셨는데 너무 멋있어 보였습니다.
공공기관, 자동차 및 식품생산직, 건설, 콜센터, 학습지, 등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시는 180여명을 넘는 여성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함께 모여 있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서 저에게 또 다른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첫날 모인 타 산별노조의 여성 간부들을 통해 노동조합을 설립한 동기, 단체교섭을 하면서 겪었던 일, 노조 가입 전과 가입 이후에 변화된 것들이 기나긴 시간 동안 지속하며 이뤄 낸 희로애락을 듣고 있자니, 저 또한 같은 경험을 했던 상황들이 떠올라 듣는 내내 눈시울이 뜨거웠습니다.
7분 스피치를 준비한 간부의 이야기 중 도로공사 톨게이트지부에서는 “교섭위원은 절박한 사람이 들어가야만 진심이 느껴진다.”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고, 현대자동차 조립팀 지부는 남자 95%, 여자 5%에 불과했지만, 임단협 체결 시 최초로 여성 교섭위원이 생겨서 직접 참여했다고 합니다. “힘들고 지쳐도 포기하지 말라. 끈질긴 놈이 이긴다.”는 조언도 해주었습니다. 화섬식품노조 신미씨앤에프지회 지회장은 “혼자서 유튜브를 보면서 교섭공부를 했고, 사측 대표와 교섭했을 때 가장 뿌듯했다”며 조합에서 원하는 74가지 조건이 모두 받아들여져 “노조는 용기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라는 짧고 굵은 소감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같은 목적을 가지고 하나가 되어 모인 자리라서 그런지 듣고 있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여성노동운동가 김진숙 지도위원님의 노동운동과 투쟁 경험담을 듣는 시간에는 모두 숨이 멈춘 듯 숙연한 분위기였고, 이야기가 끝났을 때는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으로 존경심을 드러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현장에서 여성 활동가로 겪은 일 들이 지금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보이지만 말입니다.
둘째 날은 모의 교섭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노동조합 측 대표로 지부장 역할을 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교섭 준비를 한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결국 교섭하는 과정에서 사측의 쌓였던 분노를 풀어내는 대화법에 밀려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모의교섭을 마쳤습니다. 진짜 현장에서 이런 식이라면 ‘확실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교섭에서 밀리겠다.’는 생각이 한동안 머리를 띵하게 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2024년 임금협상을 위해서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실패 없는 임·단협 교섭을 만들어 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이틀 동안, 각 노동조합의 활동가 분들과 소통하면서 과거, 현재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본 것 같았습니다. 또한, 나 혼자만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 같고 나 혼자만 힘들고 나 혼자만 괴로운 줄 알았는데 모두가 다 같이 겪고 있는 일들이라는 걸 알고 나니 조금은 위로를 받은 것 같기도 하고,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힘이 났습니다. 마음에 반창고를 붙인 듯 위로를 받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1박 2일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2024년을 기약하면서 다시 만날 수 있는 날들을 기다리겠습니다. 좋은 자리 만들어 주신 민주노총과 사무금융노조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사무금융노조 여성활동가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