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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권두섭 변호사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출처 : 노동과 세계

출처 : 노동과 세계

엔딩크레딧 1)

글 : 권두섭 변호사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엔딩크레딧 1)

1) 엔딩크레딧은 방송 프로그램 맨 마지막에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올라가는 것을 말합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있지는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방송 미디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 차별이 공기처럼 흐르는 방송사에서 용기내어 자신의 노동에 대해 말하고 있는 사람들... 이들이 모여 방송을 만드는 사람의 이름을 되찾고 방송현장을 변화시키기 위해 만든 노동인권단체 이름이기도 합니다.

고 이재학 PD는 이른바 프리랜서 PD로 청주방송에서 일하다가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였습니다. “노동자에 해당하니 노동법을 적용해달라, 민사상 계약해지가 아니라, 부당한 해고”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에서 패소한 결과를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참여하기 전까지 모르는 분이었지만, 본인도 불안정한 비정규직이면서도 방송작가 등 다른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등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몇 년의 시간이 흘러 그의 뜻을 이어받아 최근 노동인권단체 ’엔딩크레딧‘이 출범하였습니다. 유족인 동생 이대로씨가 대표를 맡고 있고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단체입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 진행된 항소심 판결에서 법원은 고 이재학 PD의 노동자성과 청주방송의 부당해고를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판결에 따라 다시 방송으로 돌아가야 할 이재학 PD는 세상에 없었습니다.


진상조사위원회 1소위 결론에 갈음하여


우리 모두는 들을 수 있으나, 듣지 못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도 우리는 한 경비원 노동자의 부고를 접하였습니다. 아마 오늘도 어디에선가 노동자로서 존재를 인정해달라는 외침, 갑질에 시달리다 못한 비명소리가 여전할 것이지만, 들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죽어야 비로소 고개를 돌려 봅니다.

 

고인은 청주방송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였고, 고인은 청주방송에서 해고되었으며, 고인은 2018년 4월경, 청주방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하면서 발생한 업무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로 감당할 수 없는 극도의 정신적 부담 및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에 따른 심리적 행동의 변화 속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을 진상조사위원회는 확인하였습니다.

 

진실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쉬웠습니다. 고인이 근무했던 사무실에는 고인의 노동자성을 입증하는 자료들이 캐비넷에 넘쳐났고, 여러분들의 증언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고인이 죽었음에도 여전히 듣지 못하는 분들에 대하여는 청주방송이 진상조사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그에 합당한 처벌이 있기를 바랍니다.


고인은 다시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들에게 돌아올 수 없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분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진상조사위원회가 다시 쓰는 1심 판결문


1심 판결은 방송국 프리랜서의 근로자성 판단에서 매우 중요한 판단 징표라고 할 수 있는 독립 사업자성의 존재 여부, 즉 노무 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 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사실상 누락하고 있다. 이는 독립사업자의 성격을 띠는 외주제작사와 계약, 제작 과정의 비교를 통해서 충분히 확인이 가능함에도 이를 간과하였다. 또 고인에게 유리한 징표로 작용할 수 있는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에 대하여도 이를 사실상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에 반해 사용자가 우월적인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정을 대법원 판례에 반하여 과도하게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징표로 나열하고 있고, 방송국 연출(PD), 조연출(AD) 업무의 특성이나, 방송 프로그램 제작업무의 일반적인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하 1심 판결문의 판단 부분에서 설시하고 있는 내용별로 판결문을 다시 써 본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아래와 같이 위 대법원 판례가 제시하는 노동자성 판단 요소를 기초로 고인의 근무실태를 검토한 결과 고인이 청주방송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1) 1심 판결문 내용
: ‘원고는 피고 회사의 정규직 입사과정을 거쳐 입사한 것이 아니라, 프리랜서인 AD로 피고 회사의 프로그램 제작에 관여하여 시작하여 오랫동안 AD로 일을 하였다.’

☞ (판결문 다시 쓰기) 

원고는 피고 회사 정규직 입사과정을 거쳐 입사한 것은 아니지만, 입사절차는 사용자인 피고가 우월적인 지위에서 정하는 것이고 입사과정(절차)가 정규직 노동자와 다른 것은 원고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거의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사실이므로 이런 사실이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원고는 2004. 6.경 전국TOP10가요쇼의 조연출을 맡게 된 것을 시작으로 약 15년간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조연출, 연출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가 해고되기 이전 3년간 참여한 프로그램과 원고의 업무(역할)을 보면 다음과 같다(이하 표 생략).


2) 1심 판결문 내용
: ‘원고의 근무형태를 보면 원고는 정규직원들과 달리, 다른 프리랜서들과 마찬가지로 특정 시간 및 장소에 출퇴근할 의무가 없었고 피고 회사가 원고의 근태관리를 하거나 지각 또는 결근으로 인한 징계 등의 불이익을 주지 않았으며, 휴가 등에 관하여도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을 적용받거나 관리감독을 받지 않았다. 원고는 스스로 일하는 시간 및 장소를 결정할 수 있었으나, 다만 계약된 특정 방송 프로그램이 정해진 시간에 방송되어야 할 필요성과 다른 사람들과 협업을 할 필요성이 있는 범위 내에서 일하는 시간 및 장소가 제약될 뿐이었다.’
☞ (판결문 다시 쓰기)
원고의 경우 상대적으로 출퇴근 시간 등 근무시간에 자율성이 있어 보이지만, 이는 프로그램의 제작 완성이라는 방송업무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고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는 정규직 PD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해진 촬영일정(시간)과 장소에 반드시 참여해야 할 의무가 있고 방송 시간에 맞추어 편집, CG, 음악 등 필요한 작업을 완성해야 했다. 즉 세부적인 프로그램 제작 일정, 시간에 구속된다. 원고의 경우에 업무를 게을리하거나(근태가 좋지 않거나), 능력이 부족하거나, 이 사건과 같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등 피고(CJB청주방송)의 방침에 반발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이유로도 하루아침에 업무에서 배제될 수 있었다. 이는 사실상 해고와 다름없어 징계보다도 더욱 가혹한 것이다. CJB청주방송은 고인과 같은 프리랜서에게 적용되는 내규, 지침, 규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고인은 CJB청주방송에서 일을 하는 동안 근로계약서는 물론 도급계약서, 위탁계약서 등 여타의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이는 다른 CJB청주방송의 프리랜서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안에서 계약서조차도 없었다는 것은 고인이 해고되는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언제든지 CJB청주방송(국장, 팀장 등)에 의해 업무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을 적용받지 않았다는 점 등은 모두 사용자인 CJB청주방송이 우월적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이므로 고인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2)


3) 1심 판결문 내용
: ‘원고는 해당 방송프로그램이 종료되면 더 이상 피고 회사에 출근할 의무가 없었고, 원고가 스스로의 시간과 능력에 따라 피고 회사 외의 다른 방송사의 프로그램 제작에 관여하거나 기타 다른 일을 하는 것에 대하여 피고 회사로부터 통제나 관리·감독을 받지 않았다.‘
☞ (판결문 다시 쓰기)
피고(CJB청주방송)는 원고는 해당 방송프로그램이 종료되면 더 이상 피고 회사에 출근할 의무가 없었고, 원고가 스스로의 시간과 능력에 따라 피고 회사 외의 다른 방송사의 프로그램 제작에 관여하거나 기타 다른 일을 하는 것에 대하여 피고 회사로부터 통제나 관리·감독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은 방송사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특징으로 보인다. 오히려 원고는 프로그램이 제작되지 않는 시기에도 기획제작국 사무실로 출근하여 보조금 업무, 사업계획서, 예산서 작성, 행정업무를 보거나, 프로그램 제작 준비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원고는 2004. 6.경 CJB청주방송에서 일을 시작한 이래 계속하여 CJB청주방송에서 방송 제작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리고 아래 2017년 1주간의 고인의 업무 스케줄에서 보듯이 고인은 CJB청주방송의 업무 외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력이 되지 않았고, 장기간 동안 CJB청주방송으로부터의 수입이 고인의 유일한 소득이었다. 고인은 CJB청주방송의 여타 직원들처럼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CJB청주방송에서 보냈다고 볼 수 있다.(이하 표 생략)

4) 1심 판결문 내용
: ’피고 회사의 직원들이 기간에 따라 정해진 기본급, 상여금 및 성과급, 연차 수당 등을 지급받았던 것과 달리, 원고는 다른 프리랜서들과 마찬가지로, 피고 회사에서 방영하는 특정 방송 프로그램, 예컨대 ‘TV여행 아름다운 충북’, ‘쇼! 뮤직파워’ 등의 각 프로그램별로 프로그램 제작 전에 미리 정해진 바에 따라 촬영에 참가한 횟수에 따른 보수를 지급받았고, 해당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일체의 보수를 지급 받지 않았다. 그리하여 원고는 2014년에는 전혀 보수를 지급 받지 않았고, 매년 혹은 매월의 보수 액수도 제작에 참여한 프로그램의 수에 따라 큰 차이가 있었다.‘

☞ (판결문 다시 쓰기) 

원고는 다른 프리랜서들과 마찬가지로, 피고 회사에서 방영하는 특정 방송 프로그램, 예컨대 ‘TV여행 아름다운 충북’, ‘쇼! 뮤직파워’ 등의 각 프로그램별로 프로그램 제작 전에 미리 정해진 바에 따라 촬영에 참가한 횟수에 따른 보수를 지급받았다. 이처럼 고인은 정규직 근로자들과 달리 CJB청주방송에서 매월 고정적인 급여를 받거나, 기본급을 받지는 않았으나, 이러한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는 요소가 될 수 없다. 3) 방송 1회당 연출료, 조연출료로 정해진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이어서 일의 완성(연출, 조연출)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을 띠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 프로그램 제작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하여 정규직 근로자들과 함께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수행하는 것으로서 그중 일부분인 연출(PD), 조연출(AD)업무만 따로 떼어 내어 이를 독립된 사업자에게 업무위탁을 할 만한 성격으로 보이지 않는다. 업무 위탁료(도급료)라기 보다는 연출, 조연출 업무를 수행한 근로의 대가로서 성격이 강하다.

○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서 ‘도급’ 형식은 위 2017년 로그인 코리아의 사례{(주)엔터커뮤니케이션}처럼 외주제작사와의 외주제작 계약 방식이 그에 해당되는 경우로 보이고 고인의 경우에는 이와 전혀 달랐다.

○ 업무수행의 대가로 지급하는 보수가 당해 기업에서 비슷한 수준의 정규사원에 비하여 현저히 높게 산정되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업무수행자는 독자적인 사업자의 성격이 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물론 보수의 액수가 높다고 항상 독립 사업자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충북 프로그램의 경우에 고인이 투여한 노동시간에 대비하여 고인이 받은 보수를 산정해보면 이렇다. <표10>과 같이 대략 산출한 근로시간이4)  42시간이며, 연출로서 독자적인 준비업무, 보조급 관련 업무, 아름다운 충북 관련 행정업무 등에 2시간을 추가하면 회당 44시간 정도가 된다. 연출료가 400,000원이므로 고인이 아름다운 충북을 연출하고 받은 시간당 급여는 9,090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의 금액임을 확인할 수 있다.

○ 프로그램에 따라 회당 투여되는 시간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 CJB청주방송은 프리랜서 등급표에 따라 지급되는 보수 기준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고인이 받은 보수는 근로의 대가로서의 성격을 띤다고 보인다.


5) 1심 판결문 내용
: ‘또 오랫동안 원고는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고, 근로소득 원천징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사업자로서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를 납부해 왔다.’
☞ (판결문 다시 쓰기)
원고는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고, 근로소득 원천징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사업자로서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를 납부해 왔다. 그러나,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 5)


6) 1심 판결문 내용
: ’그리고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근무 장소 및 제작도구의 일부를 제공하거나 편집실의 사용을 허락한 것은 사실이나, 이것은 피고 회사가 다른 프리랜서와 마찬가지로 업무 편의를 위하여 그렇게 하였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다른 프리랜서와 달리, 피고 회사에게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 (문제점)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카메라, 방송 차량, 무대, 세트, 스튜디오, 조명장비, 컴퓨터 등의 장비 및 비품은 CJB청주방송이 제공했다. 내근에 필요한 책상과 컴퓨터도 CJB청주방송이 제공했다.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일체의 인력도 CJB청주방송의 비용으로 충원했다. 외부 촬영이 있을 경우 고인은 회사에 배차신청서를 제출하였고, 회사 소속 기사들이 운전하는 회사의 차량으로 이동하였다. CG작업은 CJB청주방송의 CG실에서 진행했다. 편집도 CJB청주방송 편집실에서 진행하였다. 아름다운 충북의 경우 ENG 카메라 2대, 6MM 카메라 2대, 드론 카메라, 고정 카메라 등을 CJB청주방송으로부터 제공받아 사용하였다.

1심 판결은 쉽게 확인이 가능한 기초적인 사실임에도 증거조사와 사실인정을 잘 못하고 있다.

2)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8두1566 판결 등 다수

3)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4) 만약 일요일 촬영 10시간이 휴일근로임을 감안하면 15시간(1.5배)이 되어 총 49시간이 될 것이다.

5)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09.10.29. 선고 2009다51417 판결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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