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림 시즌2  2023년  29호

투쟁사업장 | 애큐온저축은행지회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악질자본 각성하라!

취재 및 글 | 최정환 사무금융노조 교육선전실장

정리 | 박도형 사무금융노조 선전홍보차장

인터뷰 | 윤승현 애큐온저축은행지회 지회장


저축은행지부 애큐온저축은행지회 2022년 임단투 파업투쟁

노동자가 존중받는 일터와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일터를 만드는 투쟁



작년 7월초 2022년 임단협 교섭을 시작했다. 노사는 4개월에 걸쳐 27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쟁의조정신청을 했고, 조정 중지를 받았다. 지회가 속한 저축은행지부와 여수신업종본부 동지들과 함께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피켓을 들었다. 작년 12월부터 140여일이 지나가고 있다. 본사 앞에 천막을 치고 10여일 동안 철야농성을 했다. 처음으로 조합원들이 길거리로 나와 결의대회를 열고,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돈은 기계가 벌어다 주는 것’,‘주주사가 내려주는 성과 시혜’

수 없이 열린 교섭자리에 심지어 결렬되는 순간에도 나타나지 않던 이호근 대표이사는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의 정당한 노동을 여전히 무시하고 있다.

 

4월 21일, 애큐온저축은행지회 조합원들은 ‘두렵지만’ 처음으로 노동을 멈췄다. 말로만 듣던 전면파업을 했다. 당일 하루 경고성 파업이지만, 노동자의 분노를 경영진과 대주주에게 보여 주기에 충분한 하루였다. 이제는 두렵지 않다. 조금 더 단단해진 주먹으로 조금 더 강고한 파업투쟁으로 승리를 향해 나아간다.

윤승현 애큐온저축은행지회 지회장

Q 2022년 임단협 교섭이 장기간 타결되지 못하고, 파업까지 들어갔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 조합원들은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지만 회사의 자산 성장과 최대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밤낮 없이 일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섭에 들어갔고 노조는 최대한 집중해서 빠르게 마무리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측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우리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 낸 성과를 임원들의 성과로 포장하고 본인들의 이익에만 집중했습니다.


임원들은 매년 한 번도 늦어짐 없이 수십억원의 상여금을 받아갔습니다. 수년간 저축은행은 200억~300억 가량의 수익이 났고 그때에도 순이익 총액 기준 7%~8%는 직원들에게 돌려줬습니다. 못해도 수년간 지급됐던 수준은 지켜져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2021년 640억 가량 이익을 냈습니다. 이번 교섭에서 사측이 제시한 금액은 순이익의 2.5%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8개월의 시간을 끌며 제시한 금액도 총이익의 3%도 채 안되는 금액입니다. 역대 최대 수익을 내고 최대 자산 성장을 이루어 냈음에도 사측은 수년간 지급했던 성과금의 반토막도 안되는 보상을 해주겠다고 합니다.

Q 교섭결렬과 쟁의조정, 전면파업투쟁이 지회에서는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이호근 대표이사와 그 뒤에 있을 대주주의 행태에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안됩니다. 임단협 결렬 이후에도 사측은 조합원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특별교섭으로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시간을 끌어 조합원과 노동조합이 갈등하고 지쳐서 포기하기를 기다리는 아주 악질적인 수법을 쓰고 있습니다. 이번 투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사측이 주는 대로 받아야 하고 원하는 대로 들어줘야 합니다. 지금 사측은 노동조합의 힘을 시험해 보고 있습니다.


우리 애큐온저축은행지회 조합원들의 조직력과 단결력을 주시하고 있을 것입니다. 1차 경고파업 투쟁 이후 노동조합의 단결력을, 노동자들의 분노를, 더욱 강고한 투쟁력을 사측에 제대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다시는 노동조합을 무시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묵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처음이지만 마음을 모아가며 전면파업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의 투쟁으로 승리할 수 있도록 투쟁해 나갈 것입니다.

현장스케치

3/22 애큐온저축은행지회 

철야농성 돌입 및 결의대회

4월 21일 경고파업 당일 지회밴드에 올라온 조합원의 편지글

“저는 딸 셋 워킹맘입니다.”

 

저는 딸 셋 워킹맘입니다. 아침에 아이들이 눈 비비며 "엄마!" 할 때 한번 마음껏 안아주지도 못하고 출근 시간에 쫓겨 내몰리듯 길을 나섭니다. 회사에서 업무를 하고, 조합 업무도 하고 정신없이 일과를 보냅니다. 퇴근길에 아이들을 하원 시켜 밥 먹여 씻기고 나면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하고 재촉하듯 재우고 나서 집안일을 마무리합니다. 회사를 관두고 아이들에게 좀 더 집중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도 해보지만, 또다시 눈 뜨면 종종걸음은 회사로 향합니다.

 

2010년 입사 한 이 회사에서 공정치 못한 인사평가로, 육아휴직으로 또는 그 공백으로 인한 업무미숙을 이유로 부서의 업무에서 원치 않게 수차례 배제당하고, 승진에 누락 되며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내가 몸 담고 있는, 나와 함께 발전해 온 우리 회사 애큐온저축은행을 애정합니다. 아이들보다 우선순위는 아니어도, 늘 좋은 것만 경험하고 느끼는 곳은 아니어도 지난 십여 년, 숨 쉬는 것처럼 출퇴근이 당연한 우리 회사에 소속되어 있음이 자연스럽습니다.

 

노동조합의 집행부로 일하며 회사와 기 싸움하거나, 회사를 위기에 빠트리기 위한 마음으로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애정하는 이곳에서 조금 더 존중받으며,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조금 더 자부심과 소속감을 느끼며 우리 회사의 구성원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정당한 목소리를 내고 싶었습니다.

 

한 달 전, 바쁜 일과가 버거워 지방에 계시는 친정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해 저희집에 와서 계십니다. 한 달 내내 저의 노동조합 활동에 "부당하면 누가 해도 하겠지. 굳이 왜 네가 나서려고 하니? 회사에서 안 좋게 보는 거 아니니? 가뜩이나 애들 보기도 바쁜데" 하시며 우려를 표하십니다.

 

어제 퇴근하고 아이들을 재우고 밤새 쉽사리 잠이 들지 않아서 뒤척이니, 딸 걱정만 하시던 엄마가 "네가 옳다고 생각해서 한다면서 뭐가 걱정이야, 누군가 할 일, 우리 딸이 먼저 나서서 하는 게 멋있어! 언제 이렇게 진짜 어른이 되었네, 이왕 시작한 거 잘하고 와" 하셨고, 지난 4개월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품에 안겨 울었습니다.

 

네, 저는 스스로 무언가를 판단하고 그 판단에 책임을 져야 하는 '어른'입니다. 저의 신념과 소신으로 '즐거운 우리 회사'를 위해 여기까지 왔고, 부당함에 맞서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했습니다. 지켜야 할 '애큐온의 모든 것'에 우리는 없고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불균형하고 신중하지 못한 판단으로 치부하는, 여전히 노동의 대가는 외면하는 사용자들에게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고 있는 힘껏 소리 낼 것입니다.

 

애큐온저축은행을 애정하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 오늘 파업의 현장에서 한마음으로 함께 소리내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성윤정 애큐온저축은행지회 부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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